축 쳐진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

2020. 11. 27. 08:57자유 게시판

 

 

 

 실로 너무 암담하다.

 

  모든 인간의 활동을 제약하고 전 세계로 퍼져 활개치고 있는 저 ~ 저 놈의 코로나 균저를 생각하면 분통이 터져 잠이 안올 지경이다.

 

 무슨 그 작은 균저를 감지해 내는 특수한 색안경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온 사방을 다니는 택배 일꾼들, 우체부들, 음식 배달원은 또 사정이 어떤가? 말이다. 어느 집 구석에, 어느 사무실에, 어느 공장에 , 어느 빌딩에 ... 아니 어느 골목에 그 집요한 넘이 숨어 우리 자신에게 감염을 옮길 지  가히 상상도 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그렇게 걸려 버리고 또 가장 가까운 이웃과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을 감염시키고 오염시켜 놓으니 말이다.

 

 

 

 

 

 그래도 우리의 생활은 아직은 근근히 계속되고 있다. 어느 군사 작전 동영상을 보면 인간은 통상 사흘만 물을 안마셔도 보통 사람은 오래 견디지 못하고 사망한다고 그런다. 여하튼 우린 계속 움직여야 하고 물도 마시고 밥도 먹고 돈을 벌어야 하고 숨 쉬고 서로가 서로를 만나서 무엇인가를 주고 받고 나누고 소통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그런데 어찌해~쓰가잉.

 

 감염이 무서워 문을 걸어 잠그고 온 종일 칩거할 수도 없고 또 그냥 멍하니 있으면 그 누가 입에 밥 한 술이라도 떠먹어주느냐 이거다. 정말 우려가 되는 건, 우리가 그 전염병을 통제할 수 있을만한 시기를 놓쳐 통제 불능 상태에 이르고,요즘은 병원에서마저 치료는 커녕 감염 여부를 자신이 확인해 볼 수 있는 검사 기회마저 여의치 않은데 문제가 더 심각하다란 점이다.

 

 십만원을 상회하는 검사를 자비로 받으려 해도 쉽게 포화 상태에 이르러 병원에서 검사마저 여의치 않은 암울한 현실 속에서 자신의 감염 여부도 제대로 자각하지 못한 채, 매일 숱한 사람들이 질병관리청에서 쏘아대는 감염된 확진자 동선 메세지를 핸드폰 문자로 계속 받아 보는 고통이란 정말이지 너무 곤혹스럽기만 하다.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서 자급자족하며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할까 라고까지 상상케 만드는 현 시점에서 우리가 희망을 거는 건 무조건 나에게만은 제발이지 그 병균이 옮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 뿐일 것이다.

 

 오지마라 오지마라 아무리 염원을 해도 우린 우리 자신도 모르게 부지불식 간에 그 병에 걸려 생 고생을 하는 숱한 확진자들을 보며 진즉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삶의 전율과 공포를 느낀다.

 

  내일 또는 잠시 후에 안 만나면 절대 안되고, 가지 않으면 안되는 일을 처리해야만 하고, 약속을 지켜야 하며, 해야 할 일을 꼭 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서로 불안한 눈빛을 건네며 서로가 서로를 걱정스럽게 쳐다 보면서 우린 바람처럼 스치어 간다.

 

  불안감이 사람을 움추리게 만들고 가게마다 장사가 안돼 운영비는 커녕 인건비도 안나와 점주들은 근심이 가득하고 부지불식 간에 일터를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 ...

 

 요 몇일 전에 파산해 집과 재산을 다 잃고 거리를 떠도는 운없는 파산자, 노숙자들 ... 그리고 가난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서 주눅 든 눈빛으로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는 가녀린 영세민들 ...

 

 

 

 

 

 

 

 축 ~ 쳐진 어깨로 오늘은 떨어진 쌀독을 채울 아주 작은 양식 보따리를 들고 귀가해야 하는 가장들의 주머니는 텅 비어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고, 대저 이 환란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 지 어두운 뒷 골목에 서있는 가로등 불빛마저 횡하니 자부라져 옆집 똘이네 아저씨 귀갓길은 쇠주잔을 걸쳤는건지 갈지자로 더디기만 하다.

 

 이대로 우린 저 작디작은 바이러스에 무너져 내릴 것인가?

 다시 생각해 봐도 너무 어이가 없고 나약한 우리네 처지가 초겨울 밤공기처럼 을씨년스럽기만 한 그 밤에 ...

 

  가만히 저 밤별을 쳐다본다.

 

 저렇게나 많은 별들이 빛나고 반짝거리는데, 대체 이게 뭐냐? 이게 뭐냐? 라면서 자학하듯 혼자 독백이라 뇌여보는, 그 흔들리는 당혹감에 쓰러질 듯 쓰러질 듯, 휘청이는 아스라한 발걸음으로 집으로 힘겹게 올라가는 동리 언덕배기 길목은 마치 어느 신화에 나오는 끝없는 천형의 언덕배기를 역경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오르는 늙은 시지프스의 뒷 모습 보는듯 하여

 

 

 

 

 

 

 소리없이 메마른 눈물만 흘러 내리니

 오우 하늘이시여 !

 

 우리들에게 힘과 용기를

 그 희망의 끈을 ...

 

 끝내 허술히 놓지 않도록

 

 기운을 ...

그 삶에 악바리를

 부디 나려 주시옵소~솨~!

 

 

 

 

 

 

 

 

 

 

저문 강(江)에 삽을 씻고

 

     시인   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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